텍사스 한파

북극한파라고도 한단다. 

여기 달라스에도 지난 주일부터 영하 18도 이상 내려가는 엄청난 추위가 왔다.

월요일 아침에 보니 밤 사이 눈까지 내렸다. 

이 추위가 오기 전 지난주부터 다들 미리 준비를 했다.

2021년 끔찍했던 한파 때문에 이제는 텍사스 사람들도 어느 정도 추위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나도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 미리 집 외벽에 있는 수도관을 보호하는 커버를 사러 홈디포 HomeDepot 에 갔다.

 

공구나 집 짓는 자재 등 집에 관련된 거면 없는 게 없는 홈디포

겨우 찾았다

 

몇 불 안하는 이거 없어서 집에 몇천불 이상의 손해가 날 수 있으니..

페이스북에 보니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밈도 있었다.

텍사스를 본거지로 하는 Whataburger 햄버거집 음료수컵으로 수도관 커버를 대신한 모습이다.

 

지난 2021 한파 땐 우리집은 다행히도 별 피해가 없었다. 전기가 끊어져 몇시간마다 잠깐씩 들어오는 수준이라 전기가 없는 동안 춥고 힘들긴 했지만 그나마 우리집에는 벽난로가 있어서 괜찮았었는데, 주위에 수도관이 동파되어 집이 물난리가 나서 복구로 6개월이상 호텔에서 지내며 고생하신 분, 일주일 넘게 잠깐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고생하신 분 등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한파도 아닌 재작년 겨울, 지금의 집으로 새로 이사를 오자마자 수도관이 동파되어 물난리가 나서 엄청 고생을 했기에 이번 한파는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프링클러가 얼어서 터질 수도 있으니 스프링클러도 미리 잘 꺼놔야 한다. 보통 거라지 벽에 콘트롤러가 있다.

눈이 온 월요일날, 빨래는 해야겠기에 아무 생각 없이 빨래를 했다가 세탁실에 가보니 또 바닥에 살짝 물난리가 나서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플러머이자 핸디맨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하수관이 얼어서 넘친 걸로 보여 다행이었다. 세탁기를 돌릴 때 제일 뜨거운 물로 돌려서 그나마 얼었던 하수관이 녹으며 많이는 안넘친 거 같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들이 또 빨래를 하면서 처음에 미지근한 물로 해서 이번에는 엄청나게 물이 넘쳐 아들이 바닥의 물을 닦느라 고생을 했다. 

정말 한번 동파로 인한 물난리를 겪고 나니 물난리라면 지긋지긋한데, 그래도 이번엔 상수관이 아닌 하수관 문제라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어젯 오전에 부엌 싱크대에 찬물이 나오지 않아 하루종일 걱정을 많이 했다.

지난 며칠 간 밤에는 밤새도록 히터가 돌아도 집 온도가 1층은 69-70도를 넘지 않았는데, 집안 곳곳 싱크가 있는 곳은 물 똑똑 떨어지게 하고, 따뜻한 공기가 들어가게 싱크 아래부분 캐비넷도 열어놓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었지만 부엌 싱크대에 물이 찬 물이 아니라 뜨거운 물 쪽으로 되어 있어서 찬 물 나오는 수도관이 결국 언 것이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뜨거운 물 파이프는 얼지 않기에 찬 물을 틀어놔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오븐으로 베이컨, 고구마, 마늘빵 등 구워서 집안 온도를 올리는 데 더 도움이 되게 했고, 집 온도가 겨우 한 74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말하니 뜨거운 물이 한참 흐르게 하면 옆 수도관까지 녹을 수 있다고 그렇게 하라고 해서 몇 번 그렇게 하곤 물을 틀어놓고 나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집에 오니 안나오던 찬물이 나와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몰랐다.

하지만 작년에 동파되었을 때도 추웠다가 좀 날씨가 풀린 날 밤이 되어서야 수도가 녹으면서 터진 게 발견되었어서 밤새도록 이상 없는지 확인했고 지금 다음날 오후 5시가 넘어도 괜찮은 걸 볼 때 감사하게도 수도관은 무사한 거 같다.

 

하지만 내일 잠깐 날씨가 풀렸다가 다시 계속 춥기 때문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할 거 같다.

아무튼 이번 추위에 이미 몇 년 전 한파를 겪은 텍사스는 그나마 대비를 해서 괜찮은 거 같은데, 뉴스에 보니까 타주에는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고생을 하는 거 같다..ㅠ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다들 사고 없이, 그리고 재산 피해도 없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